Beyond the Ridge 한국의 산악인 36인 인물사진전

Role

기획 Curator

Location

산악문화체험센터

 

 Beyond the Ridge 

한국의 산악인 36인 인물사진전 

그들은 왜 산에 오르는가 

 

전시 기획 및 디자인 설치를 진행했습니다.

 

 

  • 전시서문

여기, 산 사람의 냄새가 난다

여기 전시되는 서른여섯 명의 인물은 누구도 ‘내가 알피니스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한국을 대표하는 알피니스트는 더더욱 아니다. 태극기 가슴에 달고 산정에서 애국가 불러본 적도 없고, 티브이에 출연시켜 내가 국가대표 산악인이요 말하라 하면 모두 헛웃음 치며 뒤로 숨을 인간들이다. 그저 인수와 선인에서, 설악의 바위와 얼음에서 흔하게 마주치던, 구릿빛 얼굴로 허연 이빨 드러나게 웃으며 바위에 긁힌 손 내밀어 악수하던 우리와 누군가의 자일 파트너들이다.

그럼에도 이 서른여섯을 두고 내게 “저들이 누구요?”라고 묻는다면 “이제 몇 남지 않은 한국의 알피니스트요”라는 대답밖엔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다. 그래서 알피니스트는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 아닌, 누군가 불러주는 이름이다.

지난 3년간 월간 <산>에 매달 이들의 얼굴이 하나씩 실려 어느덧 서른여섯이 모였다. 기념해 책도 발간하고 지난봄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전시회도 열고 자축 파티도 한 끝에, 다시 서울 이곳에서 여럿 앞에 수줍은 얼굴을 내비친다.

등산 인구가 일천 몇백 만이라 하는 가운데, 주말이면 근교 산은 사람들로 꽉꽉 들어찬다. 그 속에서 여기 서른여섯의 향기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이제는 점점 희미해져 가는 산 사람의 냄새, 배낭 메고 등산화 끈 조이며 발자국 없는 설연 속으로 뛰어들기 주저하지 않던 이들에게서만 흘러나오던 그 냄새 말이다.

여기, 산 사람의 냄새가 난다.

2022년 7월

이영준 씀

2022. 7. 1 –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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